제1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By | 2016-11-10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본인은 대한민국 제10대 대통령으로 취임함에 즈음하여, 먼저 본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주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에게 깊은 사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방금 본인은 헌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 선서를 하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월 26일 고 박정희 대통령각하의 돌연한 서거 후, 우리 정부와 국민은 경악과 충격과 애도 속에서도 국장을 엄수하고, 그 뒤의 사태들에 냉철하게 대처하여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여 왔습니다.

우리 군은 철통 같은 전후방 방위태세를 유지하였으며, 미국방부는 신속한 외교적, 군사적 조치를 취하여 대한방위공약의 확고함을 명백히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안정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염원을 바탕으로 사실상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지난 12월 6일 합헌적 절차에 의거하여 대통령을 선출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국내정세의 추이와 더불어 우리 나라를 둘러싼 주변정세와 국제환경의 험난한 현실에는 완화나 호전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갖가지의 어려움이 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10.26 사태] 후 계속되고 있는 대내의 문제들과 상관작용을 하게 됨으로써 당면한 국가적 난국의 심각성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세계도처에서 대립과 분쟁이 거듭되는 가운데 국제정치 전반에 걸쳐 격동이 야기되고 있으며,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마저 엿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각국마다 자국의 권익옹호를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제정치면의 불안을 반영하여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근자의 중동사태에 연유한 석유파동은 잇단 원유가격의 앙등뿐만 아니라, 공급사정의 악화를 수반함으로써 세계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특히 한국과 같은 비산유 개발도상국들에게 극심한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주변정세도 여전히 복잡하고 유동적인 양상을 띠고 있으며, 이에 편승하여 군사력 증강을 계속해 온 북한공산집단은, 특히 [10.26 사태] 후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혼란을 야기하고자 모략과 선동을 격화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모한 군사적 도발마저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 나라는 비상시국에 처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같은 우리의 내외현실을 직시할 때, 국기(國基)를 튼튼히 다지면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권을 수호해야 할 현정부의 소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이끄는 현정부는 국난타개를 위한 [위기관리정부]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같은 배경과 인식에 입각하여 본인은 앞으로 국정의 기본목표를 국가안전보장을 공고히 하고, 사회안정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며, 국민생활의 안정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착실한 정치적 발전을 추진하여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이룩해 나가는 데 두고자 합니다.

먼저 국가의 안전보장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하여 국군전력증강계획을 계속 추진하면서 전국군장병의 사기를 진작하여 자주국방태세를 더욱 강화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우리 국군은 그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고, 정연한 통솔지휘체제에서 국토방위의 초석이 될 결의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안보·경제·문화·사회 등 각분야에 걸친 한·미간의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증진하고 양국간의 상호방위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며 한·미연합군사령부의 효율적인 운영 등에 힘 쓸 것입니다.

대일관계에 있어서는 한·일간의 우호협력관계가 동북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다는 공동의 인식하에 양국간의 선린협력관계를 증진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정부는 기타 우방들과도 기존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한편, 평화적 통일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하여 우리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나라들에 대한 문호개방정책을 촉진해 나갈 것입니다.

비동맹제국과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도 증진하여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 측의 정책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앞으로도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7·4 남북공동성명에 의한 남북조절위원회의 재개와 남북적십자회담의 재개, 남북한의 경제 및 기술교류를 위한 관계각료회담의 개최, 남북한의 책임있는 당국간 회담, 그리고 남북한 및 미국의 3당국 회의의 개최 등 우리측의 일련의 대화제의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명백히 하면서, 북한측이 이상의 어느 방식의 대화이든간에 조속히 응해 올 것을 거듭 촉구하는 바입니다.
국민여러분!
국가의 안전보장을 굳건히 하기 위한 대내외적인 노력이 아무리 강화된다 하더라도 우리 내부에 대립과 분열이 파생되어 무질서와 혼란이 조성된다면 국가방위능력을 저상(沮喪)시키게 될 뿐만 아니라, 북한공산집단의 오판을 낳게 하여 그들의 대남도발을 자초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 국법질서의 유지와 공공의 안녕확보등 사회안정기반을 다지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 중에서도 세계적인 경제난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시련이라고 하 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 국제경제의 혼미와 침체는 앞으로 각국의 경제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물가고와 저성장, 교역의 부진과 실업증대 등의 현상을 심화할 것이 예측되며, 개방체제인 우리나라의 경제도 이에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이같은 국제경제의 여건은 내년도 우리 나라의 경제에 큰 어려움을 주게 될 것이며, 예컨대 원자재가격의 앙등 등으로 인한 수출신장력 둔화, 성장률의 저하, 그리고 고용면의 문제 등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 경제는 거듭되는 석유가격 앙등으로 추가적 부담이 가중되어 국제수지의 불균형이 더욱 확대될 것이 우려됩니다.

최근의 원유가격의 동향으로 보아 내년도 원유확보에 따른 추가적인 부담이 30억불에 달할 경우마저 상정되고 있습니다. 단언하면 이는 우리 국민의 소득이 그만큼 삭감 당함을 뜻하며, 국민생활에 큰 어려움을 안겨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대처하여 정부는 외부의 충격을 가능한 한 완화 흡수하여 우리 경제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을 이룩하는 데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또한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하여 기술 및 과학의 진흥에 힘쓰면서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운동을 전개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여 정부의 힘만으로는 이같은 난국(難局)을 타개하고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룩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부와 국민 전체, 그리고 노동자와 기업인이 각기 참고 견디며, 근검절약하는 가운데 혼연일체가 되어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처럼 우리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권에 대한 위협을 방지하는 한편, 시대적 변천에 대응하여 점진적인 변화와 향상을 추구해 나가야 할 정치적 발전의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난 11월 10일 [시국에 관한 특별담화]에서 헌법개정을 포함한 정치적 발전문제에 관하여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현행 헌법에 규정된 잔여임기를 채우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빠른 기간내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광범하게 들어서 헌법을 개정하고 그 헌법에 따라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본인은 이 문제가 신중하고도 진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한시라도 헌정이 중단됨이 없이 합헌적 절차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본인의 소신에는 현재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우선 이 기회에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정치적 발전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전제는, 지금의 국가적 현실을 우리 역사의 흐름속에서 옳게 파악하고,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여 연속성을 지닌 우리의 미래를 용의주도하게 설계해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면 정치적 발전을 기함에 있어서는 당면한 위기의 실상을 바로 보고, 안정과 질서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편, 국가의 장래를 길게 내다보면서 신중하고 착실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8·15 해방 이후 우리의 헌정사를 잠깐 회고해 보건대, 국민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 여러 가지 형태의 헌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여 시행하여 왔습니다.

1952년 7월에는 1948년에 제정된 헌법에 따른 대통령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었으며, 4·19 후 1960년 6월에는 내각책임제 헌법이 채택된 바 있었습니다.

이 때 개정된 헌법은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불안도 있었고 우리의 적응능력도 미흡하여 이 제도의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함으로써 정국(政局)의 불안정과 혼란이 거듭되고, 1년도 못가서 결국 헌정의 중단을 초래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5·16군사혁명 후, 1962년 12월에는 민정이양을 위한 헌법개정이 있었고, 1972년 12월에 현행헌법이 채택되었습니다.

이 일련의 개헌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한번도 정부의 평화적인 이양을 실현하지 못하였으며, 또 경제적·사회적 성장과 정치적 성장간에는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양자간에 항상 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금후의 헌법개정에 있어서는 이같은 우리 헌정사의 과오를 깊이 자성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국가적인 견지에서 장래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또 지속성 있는 민주발전의 기틀이 되는 그러한 내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같은 전제에서 헌법개정문제에 대한 본인의 소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조국의 분단으로 말미암은 남북한의 대치라는 냉엄한 상황하에서 국가의 계속성을 수호하고 국가안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헌법이라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정치권력의 남용과 부패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극단적인 국론의 분열과 사회혼란을 초래하는 소지가 있는 헌법이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사회정의와 형평의 구현은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 하겠으나, 이것이 우리의 자유경제체제 자체에 도전하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기회균등의 원칙하에 개인의 창의와 노력을 존중하여 사회적 활력을 고무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 자유롭고 번영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본인은 헌법개정절차에 관하여도 이것이 어떤 정당이나 단체 등의 범주 안에서만 처리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또 어떤 이해관계자들간의 편의적인 타협의 산물이 되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믿습니다.

현재 국회를 위시하여 각계각층에서 헌법문제에 관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훌륭한 구상과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습니다. 국가의 최고기본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본인은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정부로서의 앞으로 전국의 각계각층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어 가면서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인 연구와 검토를 시작할 것입니다.

당면한 난국의 수습과 헌법문제의 중요성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본인으로서는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년 정도면 국민의 대다수가 찬동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헌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어서 이에 수반되는 필요한 제반조치를 착실하게 취해 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공명정대한 선거를 실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부언하고 싶은 것은 현행헌법의 시행에 있어 시대적 변천과 국민적 요망에 부응하는 운용의 필요성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적어도 본인은 앞으로 이러한 자세로 임할 방침임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

여하간 헌법논의에 있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론의 최대공약수를 귀납하는 데 상호협력해야 할 것이며, 국민 모두가 국법질서를 확립하여 사회안정을 이룩하는 가운데 시국난과 정치적 입장에 관한 소이(小異)에 집착하지 말고 자제와 호양(互讓)과 신뢰로 화합함으로써 국민적 합의기반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우리 사회의 튼튼한 안정기반이 곧 앞으로 닥쳐올 경제난국을 타개하면서, 정치적 발전을 추진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해와 인내와 협조로 정부와 국민이 다같이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이런 때일수록 사회 각 분야에서 국민 각자가 자기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안정과 발전의 요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1970년대를 마무리하고 1980년대를 맞이하는 역사의 큰 전환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날 3차에 걸친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이미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신생공업국가로 국제무대에 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경제적·사회적 변동이 일어나고, 이로 인하여 자치체제의 불안정이 초래됨으로써 부분적으로 마찰과 갈등,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파생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들과 우리가 희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하의 발전과제와는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란 단순히 외형적인 제도의 모방만으로는 정착되기 어렵고, 먼저 국가적인 현실에 입각하여 우리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합리화함으로써 구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유에 대한 책임, 권리에 대한 의무 등이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문명국가의 불가결의 요건은 법치국가의 국민이라는 자각과 긍지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능력을 기르면서, 제반문제 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고, 또 우리의 기약하는 바 국가발전을 순조롭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본인은 평화와 안정과 발전을 위한 국민적인 참여의 영역을 확대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지혜와 경험을 시국타개와 국정운영에 동원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또한 본인이 거듭 말한대로 국민 각계각층의 광범위한 의견을 듣기 위하여 그들과의 대화를 폭넓게 갖고자 하며, 또 국정의 기본에 관한 자문을 받기 위하여 정계원로, 중진, 그리고 인격과 덕망이 겸비된 분들로 구성되는 기구를 만들 용의가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민족은 장구한 역사를 통하여 무수한 국난과 파경을 겪어 왔으나, 그때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스스로의 생존과 문화전통을 수호하여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한번의 국가적 시련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애국심과 단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인내와 자제로 대동단결하여 보다 차원높은 국가건설에의 준비를 갖추어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도도한 대하를 형성하듯 우리 국민 모두가 영광된 조국의 새역사를 창조하기 위하여 다같이 전진해 나갑시다.
1979년 12월 21일 대통령 최 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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